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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몰 입점 관련

내꺼인 듯 내꺼 아닌 어떤 특판

얼마 전이었다. 

친구가 급하게 특정 제품에 대해 제안서를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항상 그렇듯이 저녁 7시쯤 전화해서 다음 날 오전까지 제안서를 달라는...

그 친구는 대학교 같은 과 친구이고, 코스닥에 등록하려는 업체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기에
등록하려는 업체에서 필요한 홍보물품을 찾는 것이었고,
제안한 제품 100%가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채택확률이 무척 높았기에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부랴부랴 특정 제품을 찾는다는 공지를 올렸더니, 몇 곳에서 제안서를 받았고,
받은 제안서를 부랴부랴 정리해서 보낸 다음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랬더니 다시 며칠 뒤 그쪽에서 마음이 바뀌었다고 다른 분야의 제품을 찾는다고 하여
다시 또 공지하여 제안서를 받고, 정리하여 보내는 일을 반복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처음에 제안했던 제품에 대한 샘플이 필요하다고 해서
급하게 퀵으로 보냈으니, 이제 곧 결정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며칠 후, 그 제품이 채택된 것 같고, 담당자에게 내 연락처를 알려줬으니
곧 연락이 올 것이고, 어떻게 처리하면 된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기에 
그래도 노력한 보람이 생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도 전화가 없고, 다음 날도 전화가 오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그 다음 날 전화했더니 뭔가 이상하게 꼬인 것 같다고 한다.

알고 봤더니, 우리가 샘플로 보낸 그 제품에는 제조사의 일반 전화번호가 꼬리표처럼 붙어있었고, 
구매하겠다고 하는 쪽에서 나한테 전화하지 않고, 그 제조사에 전화하여
가격을 문의한 다음 발주했다는, 황당한 내용을 듣게 되었다.

구매 담당자를 알 수 없으니, 왜 그렇게 연락했는지 직접 물어볼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여기저기 견적서를 보내달라고 해서 샘플까지 받아 검수한 상황에서
견적서를 넣은 쪽에 주문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인데,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들 다 얻은 상황에서 제조사에 직접 주문하는황당한 매너.

해당 업체 구매 담당자 연락처를 모르니,직접 항의할 수도 없고,
막상 알게 되더라도 중간에 낀 친구의 입장을 고려해서 항의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 제품에 대한 제안서를 보내준 업체에 문의하였다.
어제 어떤 업체에서 문의가 들어갔을 것인데, 거의 나한테 준 가격으로 해주겠다고 하면
앞으로 어떻게 그 업체에서 제안서를 받아서 영업하겠느냐고....

그랬더니, 그런 일 없다, 그러지 않는다...고 하다가 구체적인 이야기를 더 하니
(대표 자신이 그런 전화 받아서 그렇게 처리한 적 없지만..) 좀더 알아보겠다고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 여직원이 잘 모르고 그렇게 처리했다고 거듭 사과한다.

실제 그 거래처와 많은 거래가 있지는 않았지만
기회만 닿으면 상당한 규모의 거래도 서로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그 업체가 고의로 중간 영업자를 건너뛰고 주문을 받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일반 구매자가) 제조사 일반전화로 문의해서 가격을 문의했는데,
그 금액이 도매나 총판 혹은 특판업체 가격과 동일하다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지금 당장은 매출이 발생하겠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면 그 업체를 불신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실수(?)를 인정한 것인지, 거듭 사과하면서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차액을 입금해주겠다고 한다.
막상 돈으로 입금해주겠다고 하니, 얼마를 달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분명 제안서를 받아서 전달하고, 샘플까지 구입해서 보내는 등 그 제품에 대한 영업을 한 건 맞지만
최종적인 발주가 나한테 들어와서 내가 발주한 것이 아니니
얼마의 금액으로 산정해달라고 하기도 애매한 것이다.

원 구매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제품을 싸게 구매했고,
원 제조사 입장에서는 판매하는 제품을 제대로 판매했는데,
가운데 낀 판매자 입장에서는 얼마만큼의 지분을 달라고 하기 애매한 상황.

<니꺼인 듯 니꺼 아닌 니꺼 같은 나>라는 노래 가사처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특판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회사에서 취급하는 제품 몇 가지를 샘플로 보내달라고 했다.
어짜피 가끔 제안서를 보내고 나면, 샘플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기에 대응할 필요도 있고,
제안서를 보낼 때 각 제품의 차이를 비교 설명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끔 특판이 이뤄지거나 보험사 판촉용으로 제품이 선정된 경우 그런 제품들은 사무실에 샘플을 보관한다.
그 제품들은 성공한 방법에 대한 기억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번에 받은 그 제품들은 <내꺼인 듯 내꺼 아닌> 결과에 대한 기록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