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 전,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 이웃집 사람들과 굉장히 친하게 지냈다.
당시 우리는 4층집에 살았는데, 3층집 아이는 우리 둘째와 나이가 같고, 같은 학교에 다니다보니
엄마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빠들도 자주 만나 술도 마시고, 산행도 많이 하였다.
게다가 2층에 사는 집은 우리 둘째보다 한두 살 차이였고,
같은 건물은 아니었지만 어떤 집은 우리 첫째, 둘째와 나이가 같은 남매를 키워서
자연스럽게 엄마들이 먼저 친해지고, 차츰 아빠들끼리도 같이 어울리는 사이가 되었다.
처음에는 집 근처 공원이나 가까운 산에 네 가족이 함께 다니다가
날씨도 좋고 하니, 2박 3일 같이 놀러가자는 말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놀러갈 날짜와 장소를 정하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네 가족의 엄마들이 알아서 시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하게 되고,
아빠들은 가는 동안 운전하고, 도착해서 불 피우고 고기 굽는 일을 하는 식이겠다.
네 가족이 어울려서 여행을 가게 되면, 좋은 점이 아주 많았다.
네 가족에 딸린 아이들이 9명이나 되니, 자기들끼리 어울려 놀기 좋았고,
부모들도 아이들 신경을 덜 쓰고 마음 편하게 술 한잔 하기 좋았다.
당시에는 거의 두 달에 한 번씩 여행을 했던 것 같다.
여행갈 날짜를 잡는 순간부터 여행갈 준비가 즐거웠고,
아이들도 매일매일 그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는 식.
여행을 자주 다니다보니 최대한 비용을 덜 들이면서도 차가 막히지 않는 곳,
사람들이 많지 않으면서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는 곳들을 찾게 되었다.
그 무렵, 여행갈 날짜와 장소가 정해져서 미리 음식준비를 해야할 때쯤,
장마가 빨리 온다는 일기예보가 나왔고, 예보대로라면 2박3일 내내 비가 오는 상황.
그렇다보니 음식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여행을 연기하거나 취소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아빠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지를 묻게 되었다.
그때 우리 대답은 하나였다.
"뭘 고민해, 비가 와도 가는 거지"
7월 초, 바닷가로 가는 것이기에 이왕이면 비가 오지 않아야 더 재미있겠지만,
비가 오면 집 안에서 부친개 해 먹으면 될 것인데, 무슨 걱정인가?
일기예보와는 달리 비가 안 올 수도 있는데, 너무 걱정만 앞서면 여행도 가지 못 하고,
막상 여행을 포기했는데, 막상 그 날 날씨가 좋으면 더 큰 스트레스가 쌓일 것 같았다.
그래서 결론은 정해졌다.
"비가 와도 여행은 간다"
아주 단순한 결론을 내렸더니, 그 다음부터는 일이 착착 진행되었던 것 같다.
평소처럼 미리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하고, 당일 아침에 출발하는 것.
일기예보와는 달리, 실제 여행기간 동안 비는 거의 안 왔던 것 같다.
뭐, 비가 왔다고 하더라도 어짜피 큰 상관없었으니 기억을 못 할 수도 있겠다.
살다보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때도 있지만,
고민만 하다보면, 아무 것도 못할 때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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