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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몰 입점 관련

롯데백화점에서 삼성노트북을 사게 된 이유

몇 달 전 일이다.


집사람이 대학생인 딸아이한테 노트북을 사주기로 했다고 한다.
컴퓨터와 관련된 학과이기도 하고, 거실에 있는 컴퓨터는 고등학생인 아들이 자꾸 게임을 깔다보니 늦어지기도 하고
학교에서 내주는 프로그래밍 숙제도 해야 하니 개인 노트북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 필요하다면, 사줘야지... 해서 집근처에 있는 하이마트에 가보라고 했다.
경험상 하이마트가 조금 비싸지만, 눈으로 직접 보고 사려는 두 사람의 성격상 가보라고 했다.

저녁에 집에 가서 어떤 제품으로 골랐느냐고 물어봤더니, 롯데백화점에서 삼성전자 노트북을 사려는데
자그마치 그 가격이 128만원이라고 한다.

아니, 뭘 그렇게 비싼 걸 사?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50-60만원이면 충분하고, 좀더 비싸더라도 70-80만원이면 되는데?

상황 설명을 해준다.
낮에 하이마트에 가서 노트북을 사려고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결과적으로) 롯데백화점의 삼성 노트북에 비하면 조금 싼 거지만, 판매원이 불친절했다는 것이다.

딸아이가 지금 대학교 2학년이니, 최소한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3년 정도 써야 해서,
이런저런 프로그램에 대해 물어봤는데, 판매원이 바빠서인지 약간 불친절하게 응대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역시 근처에 있는 롯데백화점에 갔는데, 그 판매원은 아주 친절하게 응대도 해주고,
백화점 세일이 토요일부터 있으니 오늘 노트북을 사지 말고 토요일에 사라는 이야기륻 듣고
이번주 토요일에 백화점에서 삼성 노트북을 살 예정이라는 것이다.

(당시 롯데백화점에서는 100만원 이상 고객에게 10만원 상품권을 주는 행사를 했던 기억이 나고
 10만원 상품권을 받으면 실제로는 118만원에 사는 것이라고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네이버 최저가, 다나와 최저가를 검색하는 일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홈쇼핑>과 <하이마트>와 <롯데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노트북이 실제 큰 차이가 없고
약간의 옵션(하드나 메모리 혹은 칩셋)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걸 설명해줬는데도
도저히 내 말을 이해하지 못 한다.

2-3일 시간 여유가 있으니, 좀더 알아보자.
아빠는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너는 친구나 선배들에게 어떤 컴퓨터면 되는지 물어보라고 했다.

다음 날, 나는 여러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인터넷에서 검색해보고
인터넷에서 70-80만원이면 충분히 좋은 제품(삼성 노트북이 아니더라도...)을 살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딸아이의 친구나 선배들은 (실제로는 60~70만원짜리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으면서)
(이왕 집에서 사준다면 비싼 것 사달라는 의미로) 백화점에서 최고 사양으로 사라는 이야기들 듣고 왔다고 한다.

하루 전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길게 이야기하면 내가 우스워지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실제 딸아이가 1학년 때는 등록금의 절반씩만 내고 다녔는데,
이번 학기는 1/4만 내게 되어서 그만큼 등록금 부담을 줄여줬기에,
딸아이 입장에서는 그만큼 돈을 안 내게 해줬으니, 그만큼은 자기몫(?)이라는 말을 집사람한테 했고,
집사람 입장에서는 그 말이 틀린 것도 아니라서, 그 정도 금액까지는 사줘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비슷한 사양의 노트북을 60만원쯤에 사주겠다고 하면,
마치 딸아이가 장학금을 받기 위해 한 노력을 절반만 인정해주는 식이 되는 묘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인터넷 최저가를 매일 비교하는 사람이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그 말을 들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삼성 노트북을 고가의 사치품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당시 하이마트 직원이 보여주지 못했던 친절함의 값어치    (10-20만원)
백화점에서 샀으니 정품이겠거니 하는 소비자의 안심                   (10-20만원)
최소한 국내에서는 삼성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       (20-30만원)
실제 삼성전자 직원(위탁관계의 사원이겠지만...)이 직접 배송해서
한 시간 정도의 삼성 노트북과 윈도 8에 대한 설명 혹은 교육           (10-20만원)

이런 것들이 어우려저 120만원대의 노트북을 사게 된 것인데,
소비자는 절대 인터넷 최저가만으로 물건을 사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예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