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예전부터 잘 알던 후배 회사에 커피 한잔 하러 간 적이 있었다.
그 회사는 전자사전을 제조하던 회사인데, 이미 다른 회사가 많이 만들었는데, 왜 만들었냐고 물었더니
그 회사의 신조는 절대 남들보다 먼저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당시는 샤프등 여러 회사에서 이미 전자사전을 선점하고 있던 상황인데,
후발주자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남들보다 앞서 나가지 않겠다는 그 회사의 신조, 그 이유가 궁금해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그에 대한 대답이 아주 걸작이다.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쟁 영화에서 나를 따르라~고 앞장 선 사람이 그 영화의 주인공이고,
항상 멋있게 표현되고, 승리를 거두는 식으로 나오지만,
실제 신제품끼리의 전쟁에서는 나를 따르라~고 앞장 선 사람이 제일 먼저 적군의 총에 맞아 죽고,
깃발을 꽂으려고 뛰어다니는 사람도 다 죽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 회사는, 다른 회사들이 <전자사전>의 시장이 있는지 없는지 황무지에서 개척이 끝난 다음
조용히 그 시장이 형성된 상황에서, 그 시장의 몇10%를 가지겠다는 목표를 세운다고 한다.
분명, 초기 개척자들이 성공하면 개척자로서의 네임밸류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인데,
그 회사는 남들이 확실히 개척한 시장에 들어가서 안전하게 일정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것인데,
가만히 듣고 보니 특정 시장에서 1위가 되지 못할 바에야 그런 방식도 괜찮아 보였다.
최근 그 회사 사정에 대해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미 코스닥에 상장되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걸 보면
그 회사의 전략이 안전하면서도 오래 가려는 전략으로 느껴지게 되었다.
다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자사전을 보여주길래 괜찮게 느껴졌는데,
우연찮게 복지몰/폐쇄몰 시장이 크고 있으니 그쪽에 제품을 공급하면 좋을 것이라고 한다.
그래? 내가 아는 회사 사장이 모 복지몰을 하고 있다고 했더니, 그러면 거기에 공급해보라고 권한다.
복지몰/폐쇄몰은 복지 포인트로 제품을 사는 곳인데, 실제 복지몰에 입점한 제품이 많지 않으니,
복지몰에 입점해서 다양한 제품을 복지몰에 올려두면, 판매가 잘 될 것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복지 포인트로 사용할 수 있는 시장이 제약되어 있으니, 가두리 양식장으로 생각하면 되며,
거기에 낚시 포인트(?)만 잘 잡으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모 복지몰 업체 사장(마침 대학교 후배였다)한테 제품을 공급하고 싶다고 했더니, OK~
그렇게 해서 데일리업이 복지몰에 제품을 공급하는 벤더사로 등록된 지도 5년이 넘었다.
(당시 그 복지몰에 전자사전 딱 1개를 가지고 벤더사로 등록되었다^^)
과연, 복지몰/폐쇄몰은 가두리 양식장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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