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업무상 관련된 어떤 후배의 비업무상 부탁을 들어주려고 노력한 적이 있다.
묘하게도 분명 비업무상 부탁인데, 들어주면 반대로 업무상 부탁은 내가 할 수 있는 상황.
결과적으로 그 후배가 원하는 결과까지 들어주지는 못 했지만,
나름 다양한 인맥을 동원하여 최대한 도와주려고 했지만, 결과는 아쉽게 나왔다.
막상 노력한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아 아쉬웠지만, 생각해보면 그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중간중간 상황을 전달받아 또 전달해줘야 했고, 반대의 경우도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실패했지만, 과정을 놓고 보면, 최소한 노력했다고나 할까?
십 몇 년 전, 운영하던 회사의 자금난이 극심해서
투자를 받기 위해 각종 기관이나 창투사 뿐만 아니라 은행에까지 쫓아다녔다.
평소에 친했던 친구들한테 상황을 이야기하니,
과 동기 중 한 명은 강남권 은행 대출담당이고, 또 한 명은 보증기금의 담당자였다.
잘만 하면 어렵지 않게 대출을 받아서 어려운 고비를 넘기겠다고 기대했는데,
생각지도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강남권 은행 대출담당이라고 하는 그 친구는 몇 번 전화해서 만나자고 해도
계속 전화를 피해서 결국 만나지 못 했고,
보증기관의 심사역이었던 한 친구는 기관 내부 사정을 계속 알아봐주면서,
몇월 몇일 심사하러 누가 가는데, 이렇게 해봐라고 계속 조언을 해주었다.
마침 그 무렵이 코스닥의 거품이 빠지고, 911 사태가 벌어져서
세계적으로 투자 열기가 완전히 식었던 때라서 그랬을 수도 있고,
운영하던 사업이 투자자가 보기에 매력적이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보증기금의 보증서도 못 받고, 은행대출도 받지 못해 사업을 접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전화를 받지 않고 피했던 은행권 친구 입장에서는
어짜피 안 될 것 같으니, 굳이 만나서 미안하다는 이야기 하기 싫었을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 친구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반대로 좋은 결과를 내주지는 못 했지만, 계속 중간에서 여러 정보를 주고,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하면 된다고 했던 친구는 정말 고맙게 느껴진다.
실제 몇 점 차이로 좋은 결과가 안 나왔는데,
담당자들의 독단적인 판단을 막은 시스템에 따른 점수였고,
그 점수를 못 딴 것은 친구 잘못이 아닌, 우리 회사의 잘못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결과로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은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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