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후배로부터 냉풍기를 구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특정 재단에서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냉풍기를 무상 지원하는 계획을 세워서
냉풍기를 15,000대 수배한다는 내용이었다.
거래처 몇 곳에 연락해봤는데, 이미 품절되었다고 하여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후배가 여기저기 수소문하더니 특정 회사 제품이 300대 있다고 한다.
그 후배의 수배 능력에 감탄하여 좋은 소식이 들리기를 기다렸는데,
문제는 그 다음날 그 업체가 재고가 없다는 식으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할 수 없이 그 건은 안되겠다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처음 냉풍기를 구해달라는 후배가 좋은 기회니 더 찾아봐달라고 거듭 부탁하여
다양한 라인을 동원하여 냉풍기를 수배하였더니 제품을 찾았다고 연락이 온다.
재미있는 사실은, 나중에 수배한 업체에서 찾은 제품이
처음 재고가 있다고 하였다가 없다고 한 그 업체 제품이고,
한두 명의 중간단계를 거치다보니 공급가가 올랐다.
급하게 수배하는 과정에서 중간 벤더들이 약간의 수고비를 올리는 것은 당연하고,
최종 납품하려는 금액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어서 납품 가능했다.
문제는, 최종적으로 제품을 수배하여 공급가능하다고 연락온 시각이
금요일 오후 6시 40분 정도였는데, 당장 매입 여부를 결정해달라는 것이었다.
실제 처음 그 업체의 재고가 있다고 하여, 납품가능하다고 한 것이 월요일이었는데,
화요일에 갑자기 재고가 없다고 하여, 후배가 그 300대는 불가하다고 통보했었는데,
금요일 저녁 늦게 300대를 추가 구매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특정 재단에서 결정하는 것이었기에 당장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런 사정을 설명하고, 주말 지나 월요일 정도에 결과를 내주기로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납품이 안 되게 되었다.
특정 재단에서는 15,000대를 수배하기 위한 예산을 세워 진행했는데,
시기적으로 늦은 점도 있어 많은 업체들이 품절된 상황이었고,
목표 수량 대비 근접한 수량을 채워서 그 수량까지만 납품하겠다는 식의
수정 예산을 세웠는데, 다시 수량을 추가하는 것이 번거로웠던 것 같다.
중간에서 어떻게든 냉풍기를 수배하여 납품하려고 했던 입장에서는
상당히 허탈한 결과이지만, 실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니 큰 문제는 아니다.
냉풍기가 아니더라도 급하게 제품을 찾는다는 경우가 있을 때
누구한테 연락하면 찾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긍정적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처음 냉풍기 재고가 있으면서 없다고 했다가 다시 있다고 한 업체는
며칠 사이에 왜 그런 판단을 했느냐는 것이다.
이미 다른 업체는 보름이나 한달 전 품절되었는데,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내년 여름에 판매해야 하는 악성재고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재고가 있으면서) 재고가 없다는 식의 핑계를 댔느냐는 것이고,
다시 며칠 뒤 재고를 팔아달라고 했느냐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악성재고가 될 수 있다는 위험부담도 있겠지만,
좋은 기회니 조금 더 비싸게 받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으리라.
어느 판단이 맞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악성 재고를 처분할 때의 타이밍은 굉장히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욕심을 더 부리느냐, 버리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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