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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몰 입점 관련

어떤 홍보

군대 가려고 휴학하고 고향에 있던 상황이니 한참 오래된 이야기이다.


그 무렵, 나는 YMCA 활동을 하고 있었다.

고등학생 무렵, <YMCA> 노래가 인기를 끌면서 우연찮게 고등학생 때 가입해서 활동하다 보니
대학생들 모임도 있었고, 청년부 모임도 있었는데,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다보니,
대학생 모임에도 참석하고, 청년부 모임에도 참석하던 시기였다.

그 무렵 청년부에서 YMCA라는 단체를 홍보하기 위한 이벤트를 하자고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요들송 가수를 초청해서 시민회관에서 무대를 가져보자는 것이었다.
(YMCA의 성격상 인기 가수를 초청하는 것보다 요들송이 더 어울리다고 판단했다.)

당시, 연예기획사나 매니저 시스템에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이다보니,
특정 지역의 카페에서 매일 공연하다는 이야기를 대략 듣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서 오랜 시간 기다리다가 
간신히 만나서 지방에서 그런 행사를 하니, 무조건 참석해달라는 식으로 계약 아닌 계약까지 하게 되었다.

초대 가수를 부르면서 계약금 한 푼 안 주면서 지방에까지 내려와달라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20대 초반에, 계약금 줄 형편도 아니었고, 나름 신뢰성있는 단체라서 그런지
(실제로는 계약서도 쓰지 않고) 내려오겠다는 약속을 받게 되었다.

초대 가수는 불렀고, 시민회관까지도 예약을 했는데,
막상 어떻게 홍보해야 할 지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든 티켓을 많이 팔아야 초대 가수에게 약속된 금액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 어찌어찌하니 <몇월 몇일 어디에서 어떤 가수 초대공연이 있다>는 식의 포스터까지 만들었는데,
막상 포스터를 붙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시청에서 정해준 게시판에 시장의 도장을 받아 게시하는 것이 맞고,
그 외 아무데나 벽보를 붙이면 불법이 되는데,
막상 시청에서 지정한 게시판에는 이미 이것저것 다른 포스터들이 많이 붙어 있어서 붙일 자리가 없었고,
그렇다고 다른 포스터 위에 내가 포스터를 붙이더라도,
시간이 지나 우리 포스터 위에 다른 포스터를 덮어버린다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기억하기로는, 당시 포스터도 외상으로 간신히 100장 정도 만들었던 것 같다)

고민을 계속하던 중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시청으로 가서
이런저런 행사를 하니 포스터에 도장을 찍어달라고 했다.

기억상으로 시청 관계자가 그 포스터를 어디에 붙일 거냐고 물었는데, 시내버스에 붙이겠다고 했다.
당시 우리 고향에는 한 회사가 전체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있었는데, 그 회사에 부탁하면 가능할 것 같았다.

시청 관계자 입장에서는, 불순 단체의 불순 포스터도 아니고 YMCA에서 하는 행사라고 하니
도장을 찍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기에 금방 도장을 받게 되었다.

도장도 받았으니 이제는 시내버스 회사에 가서 포스터를 붙이는 일이 남았다.

요즘 같으면, 인맥을 동원해서 시내버스 회사 사장이나 상무와 연결하는 방법을 찾았겠지만,
당시로서는 인맥을 동원할 생각도 없었고, 인맥을 찾아낼 생각도 못한 상태여서 무작정 찾아갔다.

버스회사에 갔더니 사무실이 있었고, 무조건 사장님을 만나러 왔다고 했더니,
마침 사장님은 자리에 없었고, 2인자인 상무가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어본다.

YMCA에서 이런 행사를 하는데, 이 포스터를 버스 뒤에 붙이고 싶다고 했더니,
(당시로서는 버스 뒤에 포스터를 붙이는 일이 거의 없던 터라서 그런지) 의아하게 보고는
누가 포스터를 붙여라고 했느냐고 묻는다.

아..이거..시에서 도장찍어준 거라고 포스터를 보여주니, 아무 말을 못 한다.
누가 뭐래도 <시장> 도장이 찍혀진 포스터이지 않은가?

생각 같아서는, 버스회사에서 버스에 붙여주면 더 좋겠지만
막상 그 사람들이 그 포스터를 붙여줄 의무까지는 없을 것 같고,
포스터는 내가 다 붙이겠다고 하니, 상무는 알아서 해라고 한다.

상무의 승인까지 받았으니, 이제는 버스에 포스터를 붙이는 일만 남았다.

보통 시내버스 기사는 종점까지 운행했다가 와서 한두시간 쉬었다가 다시 정해진 코스로 운전하게 되는데,
배차간격을 고려해서 2-3분 단위로 버스가 계속 나가는 것 같았다.

막 출발하려는 버스를 멈춰세우고, 포스터를 붙이려고 했더니, 버스기사가 다시 묻는다.
왜 붙이냐고 해서...시장의 승인을 받아 버스회사 상무도 동의한 것이라고 했더니, 아무런 말도 못 한다.

2-3분에 포스터 한장씩, 버스에 올라서 포스터 붙이고 내려오기를 계속 반복했더니,
두어시간쯤 지나 포스터를 다 붙이게 되었다.

행사를 함께 준비하던 사람들과의 술자리에서 그 날 일은 한동안 푸짐한 안주거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