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활동을 하다보면, 많은 밴드나 단톡방에 들어가게 되는데,
가족/친척방 다음으로 가장 유대관계가 높은 곳은 고등학교 친구들 단톡방일 것이다.
은행이나 카드사 등에 근무하는 친구들은 가끔 카드를 신청해달라고도 하고,
어른들 부고에서부터 자녀들 결혼소식까지 다양한 말들이 오간다.
계절에 따라 고향에서 농사를 짓거나 과수원을 하는 친구들이 이런 글을 올린다.
"우리집에 복숭아가 열렸다(사진 1)
필요한 사람 신청해라"
오픈마켓 등에서 보통 판매하는 상세 페이지도 없고,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 한 장 올리는데,
평소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과 유대관계가 좋을 경우, 금방 댓글이 달린다.
"야, 작년에 시켜 먹어봤는데, 아주 맛 있더라. 이번에는 몇개 더 시킬께"
복숭아를 좋아하거나, 그 친구와 친한 사이라면 너도나도 구매하게 된다.
또다른 친구의 아버님은 고향에서 몇십년 동안 교사생활을 하다가
정년 퇴임하고 해남에 넓은 땅을 사서 이런저런 농작물을 키웠는데,
농사 경험도 부족하고, 판로 개척에 대한 의욕도 없어서 몇 년 고전했는데,
2-3년 전 친구가 요즘은 상황이 바뀌어서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고 한다.
친구 아버님이 한 학교에서 30년 가까지 교사로 계셨기에,
그 선생님이 해남에서 직접 수확한 농작물에 대한 소문이 나다보니
제자들이 개인적으로 주문하거나 제자들이 근무하는 회사 등에서 단체로 구입하다보니
막상 친한 친구한테 맛 보라고 보내줄 것도 없다는 것이다.
선생님이었던 그 분은 수확한 제품에 대한 상세 페이지도 안 만들고,
제자들에게 따로 연락해서 구매해라고 할 필요도 없이,
반장들이 나서서 구매해주니 판로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복숭아를 파는 친구나 여러 농작물을 파시는 친구 아버님은
분명 제품을 팔지 않는다.
물론 겉으로 팔리는 것은 복숭아나 고구마이겠지만,
수십년 간의 관계와 그로인한 믿음일 것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상세 페이지 잘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도 좋지만,
경우에 따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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