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복지몰 입점 관련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양아치가 번다(?)

얼마 전 고등학교 몇년 후배교수한테 연락이 왔다.

자기 학교에서 블루투스 스피커 1,000대가 필요한데, 견적을 넣어줄 수 있느냐는 연락이다.
어짜피 학교에서 필요한 제품인데, 가격 경쟁력이 있으면 연결해주겠다는 의미이다.

실제로는 특정 회사의 특정 모델이 1차 선정되었으며, 
그쪽에서 제안들어온 금액이 얼마이니 경쟁력있는 제품을 찾아달라는 것이다.

1차 선정된 제품의 견적가를 알고 있는 상황이라서 더 경쟁력 있는 제안서를 보냈더니,
음질 테스트를 하고 싶다고 해서 샘플을 보냈고, 며칠 뒤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다.

후배교수와 같은 과에 근무하는 그 프로젝트 담당교수의 전화였다.
특정 제품이 선정되었으니, 최종 견적서를 보내주시고, 
아마도 며칠 내 총무처에서 공급급액을 조율해달라는 전화가 올 것이라는 등
대학교 영업에 필요한 많은 말씀을 해주신다.

경쟁업체의 모델과 공급가를 알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마치 정답을 알고 시험보는 식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이왕이면 동료교수의 선배를 도와준다는 의미도 있었을 것이다.

최종 견적서를 다시 보내고, 총무처에서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상하다, 연락이 오지 않는다.

오히려, 나에게 그 제품을 공급해주기로 한 업체(본사가 아닌 총판급)에서 연락이 왔는데,
그 대학교에서 본사로 전화해서 그 모델 견적서를 달라고 하는데, 안 보냈다고 한다.

대학교 입장에서는 비교 견적을 받으려고 하고, 
본사에서는 영업라인을 지켜주기 위해 제안서를 안 보내면 문제 없겠구나 생각했는데,
며칠 뒤 황당한 소식이 들려온다.

그 제품에 대해 더 싼 견적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처음 음질테스트를 위해 샘플을 보내달라고 해서 보낸 주소가 그 대학교이고,
그 대학교에서 학교명을 밝히고 제안서를 보내달라고 해도, 본사에서는 안 보냈다고 했는데,
더 싼 견적을 누가 보낸 것일까?

대학교의 역학관계상 특정 모델의 선정은 담당 프로젝트 교수의 권한일 것이고,
선정된 모델을 더 싸게 구입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총무처의 역할일 것이기에
촘무처에서 연락한 본사에서 견적을 넣지 않았다면 대체 어디에서 더 싼 견적을 넣었을까?

본사의 담당자는 절대 넣지 않았다고 하고, 
후배교수의 정보에 따르면 더 싼 견적이 들어왔다고 하고....

나에게 처음 제안서를 보내주신 분에게 관련 사항을 확인해달라고 했더니,
알고보니 본사에서 제안서를 넣었으면서도 안 넣었다고 거짓말한 것이다.

원래 그 학교에서 1차 선정된 제품을 대체하여 대량특판에 성공했는데,
본사에서는 그 영업라인을 지켜주겠다고 몇 번 약속했으면서
뒤로는 모른 척 하며 그 학교에 더 싼 견적을 넣은 것이다.

학교 입장에서는 총판을 거쳐 내가 보낸 견적과 본사에서 보낸 견적서를 비교하니
본사의 견적서가 더 쌌을 것이고, 숫자 상 더 싼 본사 견적서를 선택했을 것이다.

본사의 담당자는 가만히 앉아있는데, 특정 학교에서 제안서를 보내달라고 해서
(기존 영업라인을 무시하고) 이메일 하나 보냈는데, 특판에 성공한 것일 수도 있는데,
그럼 나는 무엇을 한 것인가?

특정 학교에서 대량 특판이 있고, 경쟁자는 어떤 제품이고, 가격대는 얼마이고,
그 경쟁자를 무찌르기(?) 위해 제품을 찾아서 특정 제품으로 대체하여
결정되었다는 전화까지 받고 제안해주신 분에게 선정결과까지 통보했는데...?

특별한 인연과 특수한 정보로 이룩한 특판의 성사물을
그 본사는, 학교에서 연락이 와서 할 수 없이 제안서를 보냈다는 식으로 핑계대고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가진다고 하는데,
이번 경우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양아치가 가진다>고나 할까.

영업라인을 무시하고, 보호해주지 못하고, 결과물만 가지려는 업체가 
이 동네에서 제일 거래하기 싫어하는 양아치 업체가 아닐까?

물론 그 업체 입장에서는 특정 대학과 직접 거래하게 되었다는 성과는 얻었겠지만,
그 회사가 잃을 것도 적지 않을 것이다.

눈 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영업라인을 무시하는, 거짓말을 반복하는 이미지는
평생 굴레가 될 것이며, 기존 거래처들은 대체 제품을 찾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영업라인을 보장해주지 않는 회사, 언제든지 뒷통수를 칠 수 있는 회사,
그런 회사와 거래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가듯이, 소문은 빨리 날 것이고.
그 이미지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