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 저녁 시간에 대학교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고급 다이어리 300개와 담요 200장을 급하게 수배해달라는 것이다.
엥? 지금 전화가 온 시간은 목요일 저녁 6시 반 정도인데, 금요일 오전 11시까지 제안서를 달라는 것이다.
전화 통화하면서 생각해보니, 부랴부랴 카페에 공지 올리면, 제안서는 몇 개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도저히 그 시간까지 제안받은 파일을 정리해서 줄 수는 없기에
제안서를 오후 2시까지 주겠다고 했고, 친구도 OK.
마침 사무실에 손님이 있었지만, 바쁜 사정을 이야기하고 카페에 제품을 요청한다는 글을 올렸더니
30분도 안 되어 제안서들이 도착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대부분 담요 제안서들만 들어오고 다이어리 제안서는 없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카페 회원 중 다이어리를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에게 직접 전화해서 제안서를 보내달라고 연락을 했다.
다음 날 아침 사무실에서 밤새 들어온 메일을 확인했더니
역시 담요 제안서는 아주 많은데 비해, 다이어리 제안서는 딱 1개 들어왔을 뿐이다.
상대적으로 담요는 저가이고, 다이어리는 최소 1천만원이 넘어가는 특판인데,
제안서를 1개만 보낼 수도 없고, 난처했다.
어제 다이어리 제안서를 보내달라고 했던 분에게 전화드렸더니,
외근중이라 도저히 제안서를 규격에 맞게 쓸 수 없으니, 특정 홈페이지에 있는 특정 제품을
얼마의 가격에 주겠다고 전화로 금액을 이야기한다.
보통의 경우 문서로 받지 않은 특판 견적은 의미가 없다.
근거를 문서나 메일로 남겨놓지 않고 진행했다가 그 금액을 부정할 경우 아주 난처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이어리 견적을 주신 분은 같은 산악회 멤버이고, 얼마 전에도 같이 산행을 했기에
전화 견적도 유효하다고 판단, 함께 제안을 넣기로 했다.
한참 받은 제안서 중 몇 개를 골라 정리하는 도중, 또 아시는 분으로부터 카톡이 온다.
특정 소셜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특정 제품을 얼마까지 줄 수 있는데, 가능하겠느냐고 물어온다.
역시 그 분도 견적서 양식이 없지만, 얼마 전 번개에서 같이 술도 마셨던 분이고,
카톡에는 대화기록이 남아 있기에, 특정 금액으로 견적을 받은 걸로 하고 함께 제안하기로 했다.
부랴부랴 제안서를 받아 정리하다보니 제안서를 보내신 분들의 성향이 느껴진다.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로 만드는 것은 거기서 거기겠지만,
수량, 가격, 상세 이미지, 포장 방법, 그 방법에 따른 가격 차이까지 상세히 기록된 분들은
정말 일을 깔끔하게 잘 처리하실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특히 파일명에 전화번호를 넣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제안하는 파일명에 (데일리업) 담요 견적서 (011-758- ) 이런 식으로 전화번호를 기록한 것인데.
제안서를 검토하다가 제안하신 분에게 추가 문의를 할 때 아주 편리한 방식이다.
마침 제안서를 정리하는 그날따라 중간에 손님도 오셨고,
특정 카드사에 신제품을 제안해야 하는 일까지 있어서 아주 바빴지만,
정해진 시간까지 제안서를 정리할 수 있었고, 친구에게 제안서를 보냈다고 전화했더니,
현재 외근중이라 저녁시간때쯤 연락주겠다고 한다.
이제는 결과만 기다리면 되겠구나 하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저녁 7시쯤 친구한테 전화가 온다.
제안한 제품 중 담요 한 가지는 거의 결정되었고,
다이어리는 고가이다 보니 두 가지 제품 다 샘플을 받아서 검토하겠다고 하는데,
문제는 토요일까지 샘플을 받아놓으면, 일요일에 내 사무실로 와서 가져가겠다고 한다.
평소 그 친구가 코스닥 등록하는 업체의 IR(기업설명회)를 도와주거나
은행이나 큰 공사의 IR까지 진행하고 있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에는 지방에 있는 업체의 IR이고, 그 행사에는 이름하여 기관투자자들이 참석하니
그들에게 적당한 선물을 제공해야 하는데, 몇천만원 드는 선물을 고르는 데 있어
샘플을 보지도 않고 어떻게 결정하느냐고 한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에 지방에까지 내려가서 샘플 품평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이 맞다.
그런데...
하필 그 이야기를 금요일 저녁 7시 넘어서 이야기한다.
대학교 다닐 때 아주 친한 친구였기에, 무슨 일처리를 그렇게 하느냐고 화도 냈지만,
어느 순간 고객의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래 알았다. 어떻게든 내일까지 샘플을 준비해보겠다고 하고,
이제 제안해주신 세 분에게 일일이 전화하여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토요일에 제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부탁드렸다.
그 분들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샘플이 없으면 결정되지 않는 것이고,
담요는 경쟁이 아니 단독(이미 견적서에서 결정되었으니...) 입찰이고,
다이어리는 고가이다보니 확률은 50%인 상황이었기에
그 분들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 분들도 이 글을 읽으실테니, 이 자리를 빌어 거듭 사과드리고, 감사드린다.)
토요일 아침부터 세 분의 대표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한 분은 직접 샘플을 가지고 오시겠다고 하고,
한 분은 사무실에서 오토바이로 보내겠다고 하고,
한 분은 지방에서 KTX로 서울역까지 보내고, 서울역에서 다시 사무실까지 퀵서비스로 보내겠다고 한다.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샘플을 보내주신 분들 덕분으로,
어제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다이어리와 담요가 각각 결정되었고, 스티커나 로고 인쇄가 필요하니 메일을 보내주겠다고 한다.
각 제품마다 납기가 차이가 있겠지만, 이제는 그 흐름에 따르면 될 것이고...
이번 특판을 진행하면서 배운 것 하나가 있다면,
번개불에 콩을 볶아 먹고 싶어도, 미리 콩을 준비한 사람만 볶을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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