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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몰 입점 관련

파워포인트 장사, 엑셀 장사

개인적으로 아래아한글 관련 일을 오랫동안 했었다.
아래아한글의 새로운 기능을 소개하고, 사용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쉬운 방법들을 제시하며
아래아한글과 관련된 사업을 했었으니, 대략 10여 년은 아래아한글 (관련) 장사를 했다고나 할까?

그 뒤 한동안은 특정한 개념을 설명하고, 다른 회사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려다 보니
아래아한글보다는 파워포인트가 더 나은 것 같아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장사를 했다고도 하겠다.

최근에는 복지몰 제안서 샘플을 엑셀로 만들어 제시한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많은 상품 제안서가 엑셀로 들어오고, 제안서 상의 숫자를 이용하여
판매가능한 제품인지 판단하고, 판매가능하면 복지몰업체와의 이윤을 배분하는 작업을 엑셀로 하다보니
현재는 엑셀 장사를 한다고도 하겠다.

그런데, 지난 주부터 추석특판 공지가 뜨면서 평소에 수배하지 않았던 다양한 상품을 접하게 되면서,
또 다른 숫자의 세계를 보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특판은 특정회사명, 인원수, 인당 특정금액 등이 공지된다.
각 회사별 예산에 따라 5만원, 7만원, 10만원, 15만원, 20만원 식으로 책정되는데,
각 회사의 특판에 대응하려면 당연히 각 회사의 예산에 맞게 제안해야 한다.

따라서, 평소에 폐쇄몰에서 판매하던 금액은 큰 의미가 없어지고,
특정 회사에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제품은 마른 행주를 짜고 또 짜는 식으로 하여
제안가에 맞춰 제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거의 대부분의 회사들이 책정한 예산규모가 대부분 비슷하다보니
그 예산대에 맞출 수 없는 제품들은 제안서를 넣어볼 기회조차 없게 된다.

많은 회사에서 각 제품을 최선을 다 해 만들고, 제품에 대한 소개자료를 파워포인트로 멋지게 만들고,
특판에 대한 부푼 꿈을 갖고, 문을 두드려보지만, 기업체들이 좋아하는 특정 가격대에 맞추지 못하면
본선은 커녕, 예선 탈락이라는 쓴 잔을 마시는 것이다.

무수한 제안서 중에서 버릴 것 버리고, 고를 것 골라서 제안해야 하는 벤더 입장에서는,
특정제품의 품질이나 인지도나 실질적 가치와 상관없이 많은 것을 숫자로 평가해야 한다.
특정제품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씌여졌을 여러 페이지의 파워포인트가
특판 상황에서는 엑셀 한 줄로 바뀌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