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몇 년 전, 아주 힘든 시기를 보냈었다.
지금은 아이패드나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보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지만,
15년 전 전자책 사업은 앞서도 너무 앞 선 사업이었다고나 할까?
전쟁터에서 <나를 따르라>고 용감하게 앞장 선 군인들은 적군에 총에 맞아 죽고,
그 뒤를 따르면서 총알을 피한 군인들이 <깃발을 꽂는다>고 하는데,
그런 점에서 무모하게 <나를 따르라>고 앞장 서다가 총을 맞았다고나 할까?
실제 전쟁터에서 총에 맞으면 사망 아니면 중상일 것인데,
사업에서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채무자나 은행권들과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
사업 하다가 생긴 빚을 일시에 갚으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겠지만,
일반적으로 사업하다가 빚이 생기면 쉽게 갚을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회사를 판매하거나 빚을 탕감하여 투자를 받는 식일 것이다.
그 무렵 기존 5년이나 10년씩 거래해오던 거래처들이 빚은 언제 갚을 수 있느냐고 자주 전화하던 시절.
그 업체들은 한 달 뒤, 혹은 두 달 뒤의 특정한 날짜를 이야기해달라고 하는데,
날짜를 특정해서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보니 무척 힘들었다.
나름 오랜 동안 거래해오던 업체들이었고, 가끔 전화로 재촉하는 것이었지만,
거래하던 업체가 많았었기에 전화를 받는 입장에서는 거의 매일 (각각 다른 업체한테서) 전화를 받았다.
날짜를 약속할 수 없는 상황에서 거래처는 날짜를 지정해달라고 하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지만,
걸려오는 전화는 거의 다 받은 것으로 기억된다.
(요즘처럼 발신번호 표기가 안 되던 시절이니, 전화를 안 받을 수도 없었다)
묘한 것은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걸려오는 전화를 다 받으면서
회사를 판매할 계획이라거나 특정 회사와 접촉중이라는 식의 대답을 하니
날짜를 지정해서 돈을 지급하겠다는 대답은 못 하더라도 기대하고 기다려주는 식이었다.
일반적으로 채권 채무 관계에서 제일 짜증나고 불신하게 되는 경우가
전화를 안 받고 피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어, 돈을 안 주네>에서 <어, 전화를 안 받네> 상황으로 가는 순간,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아예 무너지게 되기 때문이다.
<어, 전화를 안 받네> 하는 순간, 법적인 조치나 법외 조치가 취해지기도 하는데,
전화를 제대로 받는 동안에는 심리적으로 기대 혹은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그러한 경험을 겪어서인지, 나는 어떤 경우에라도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 위해
핸드폰 번호를 안 바꾸고 있다. (아직도 011이고, 카톡은 아이패드로 쓰고 있다.)
또한 통화중일 때 전화가 걸려오더라도 <통화중 대기> 서비스를 신청하여,
<통화중이니 잠시 뒤에 전화하겠다>고 하거나
<급한 전화가 왔으니, (먼저 통화한 사람한테) 전화하겠다>고 하니,
아무리 급하게 전화하는 사람과의 통화도 빠트리지 않고 연결되고 있다고나 할까?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다 보면 품절이나 반품 혹은 고객의 항의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가끔씩 대답하기가 곤란한 상황이 생기기도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전화 통화가 가능해야 한다.
요즘에는 업무의 많은 부분을 전화보다 카톡이나 네이트온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메신저로 하는 대화도 실제 통화와 같은 효과 내지는 더 큰 효과를 내고 있다.
상대방이 메신저를 확인했는지 다 알 수 있는데,
대답하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대답을 회피하는 사람에게는 물음표를 보내게 된다.
?
이 물음표의 의미는, 단순히 그 질문에 대한 물음표일 수도 있고,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계속 가져도 되는지에 대한 물음표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메신저로 물음표를 자주 받는 사람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상대방은 나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고 있는데, 나는 대답을 제대로 안 하고 있다는 것.
그 물음표에 대한 대답을 제 시간에 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보이지 않은 느낌표(!)를 받았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어떤 느낌을 받았을 것인가를 잘 생각해보자.
갑과 을은 항상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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