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주식을 하는 사람들이 듣는 말이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이다.
특정 회사의 주식을 몽땅 샀다가 잘 되면 대박이겠지만, 반대의 경우도 심심찮게 생기다보니
위험을 분산하라는 의미로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한 탕을 노리는 투자에서뿐만 아니라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매출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것 또한 중요하다.
IMF 시절 출판사를 하고 있었기에 유관 업체인 인쇄소에 대한 여러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어느 업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큰 업체와 거래하면 매출의 안정성과
운영자금의 안전성이 확보되기에 거래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게 되고,
한 번 거래를 맺게 되면 계약이 유지되도록 최선을 다하게 된다.
어떤 인쇄소가 있었다.
그 인쇄소는 어찌어찌하여 특정 자동차 회사와 계약하여 납품하게 되었는데,
자동차 회사는 신차가 나올 때마다 신차에 대한 브로셔를 수십만장씩 만들어서
자동차 대리점에 오는 고객들에게 나눠주게 되므로 그 물량이 어마어마하다.
특히 자동차 브로셔는 가장 좋은 종이에, 가장 좋은 잉크로 대량 인쇄하다보니
인쇄소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고객을 잡은 것이고,
발주나 결제와 관련된 부서의 신입사원부터 최고책임자까지 모든 경조사 챙기기에
각종 접대가 이뤄졌을 것임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인쇄소 입장에서는 초판 2000-3000부를 인쇄하는 소규모 출판사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자동차 회사의 인쇄물량을 최우선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더 빠른 인쇄, 더 좋은 인쇄를 위해 최고급 인쇄기를 수입해서라도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그 인쇄소가 하루 아침에 부도가 났다.
그 무렵 IMF가 닥쳐서 환율이 폭등함에 따라 종이와 잉크값이 많이 올라서 힘들었고,
수입한 인쇄기를 리스로 구입해서 달러로 결제해야 했다는 문제점도 있지만,
그 업체의 가장 큰 실수는 특정 회사의 매출 비중이 너무 컸다는 것이다.
전체 매출에서 자동차 회사의 매출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했는데,
그렇게 잘 나가던 자동차 회사가 어느 날 심각한 부도 위기에 빠졌다가
어찌어찌하여 다른 회사에 인수되었다.
인수한 자동차 업체에도 각종 인쇄를 담당하던 인쇄소가 있었을 것이고,
그 업체도 나름 발주나 결제 관련된 부서 담당자들과 좋은 관계가 있었을 것인데,
어느 날 아침, <거래처 바꿔~> 한 마디에 그 인쇄소는 70% 이상의 매출이 날아간 것이다.
인쇄소 입장에서 외환위기가 닥칠 것이라거나
거래하던 자동차 회사가 다른 자동차 회사에 인수될 것을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위험을 분산하는 방법 중 하나,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하고 대비했어야 하는데, 못한 것이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라면 , 현재 주거래처 매출 비중을 따져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만약 특정 거래처의 매출 비중이 상당히 혹은 지나치게 높은 경우라면,
그 업체의 매출을 줄이려고 노력하지 말고, 다른 업체의 매출을 높이려고 노력하라.
그럼 자연스럽게 달걀을 다른 바구니에 담는 효과가 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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