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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몰 입점 관련

불분명한 의사 전달, 손해봐도 할말 없다

얼마 전 후배 모 은행지점장이 여행용 치약칫솔 세트를 구해달라고 했는데,
인쇄는 필요없이 스티커 작업만 해주면 된다고 했다.

대부분 여행용 치약칫솔세트에는 인쇄가 들어가고, 종이케이스를 하느냐 마느냐인데
스티커로 붙이면 이상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우선 고객의 요청이니 동일한 내용으로 여러 곳에 올려서 제안을 받았다.

그런데 실제 제안을 받는 과정에서 플라스틱 케이스에 인쇄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스티커를 붙이면 시간이 지나 떨어져 보기도 흉해지고,
스티커 인쇄 + 부착 비용이 더 들 수 밖에 없다는 연락을 받고,
스티커 대신 인쇄하는 것이 좋겠다는 식으로 설명하면서 견적을 보냈다.

견적서를 보낸 다음 마침 추석 연휴가 끼어 있어서인지,
너무 오랫 동안 반응이 없어서 문의했더니 그쪽에서도 깜빡했다고 한다.

다시 검토 과정을 거쳐 종이 케이스 없이 선물포장해달라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종이 케이스 없이 포장하면 반듯하게 포장될 수 없으니
종이 케이스 비용은 내가 부담해서라도 인쇄+케이스+선물포장 식으로 하기로 했다.

문제는 처음 인쇄 없이 진행해도 된다는 고객의 요구와
(스티커 대신) 인쇄하는 것이 작업상 편리하다는 의견과
추가 요청사항인 선물포장이 필요하다는 고객 담당자의 요구와
(종이케이스가 없으면) 선물포장이 어렵기 때문에
(종이케이스는 내가 부담할 테니) 선물포장비만 따로 달라는 내용이 섞였다.

거기에 제안사에서는 인쇄비가 없는 제안서를 보냈으니
인쇄비는 별도로 청구하겠다는 내용이 섞이다보니,
실제 은행지점에 청구하는 금액과 제안사에 결제해주는 금액이 쌤쌤인,
헛장사를 한 결과가 나왔다.

최소수량 몇 개, 인쇄는 얼마, 스티커는 얼마, 케이스는 얼마, 선물포장은 얼마.
이런 식의 정확한 제안서를 받지 못한 내 잘못으로 인해
중간중간 바뀌는 고객사의 요구에 응하다 보니
분명 일은 열심히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헛장사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고객이 다양한 옵션을 선택하더라도
그에 따른 탄력적인 금액이 나오는 제안서를 준비하지 못한 결과는
중간중간 불분명한 의사 전달을 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손해봐도 할 말 없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비록 마진 없는 장사였지만, 이 또한 좋은 경험이 되겠지.
하루이틀 장사할 것이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