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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보내며/단종/품절

35년만의 수학여행


지난 주말, 고등학교 3학년 반창회가 있었다. 저녁에 잠시 모여 몇 시간 술 마시다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국에 있는 친구들이 다 모이는 것이기에 1박2일로 진행하게 되었다.


서울역에서 아침 7시반에 모여 KTX를 타고 광주까지 가서, 다시 승합차를 렌트하여 장흥으로 가기로 했고, 순천에 있는 친구들은 저녁에 합류하기로 하였으니 1박2일이 당연했다.


가정을 가진 유부남 입장에서는 공식적인 외박이자, KTX와 승합차로 이동하는 과정이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가는 느낌이었다. 급하게 준비하느라 담임선생님을 초대하지 못했으니, 담임선생 없는 수학여행이라고나 할까?


무엇을 반드시 할 필요도 없었고, 무엇을 하지 말 필요도 없었다. 반백을 지나 수학여행을 함께 가는 친구들끼리 무엇을 해라, 무엇을 하지 말라 할 필요가 없으니.


하지만 식사시간에는 반가운 마음에 돌아가며 건배할 때마다 너나없이 한 잔씩 했고, 쉬는 시간에는 팀을 나눠 족구, 배구, 축구까지 하면서 우정을 다지는 시간이 마냥 즐거웠다.


저녁에는 순천 본가 회장단까지 와서 35년만의 반창회(=수학여행)을 축하해주었고, 또 다시 시작된 술 자리. 문제는 점심때부터 술을 마셨기에 잠시 쉬기로 하고 당구장을 들러 노래방에서 다시 화합의 시간을 가졌다.


하도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이라 숙소로 돌아와서도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느라 새벽까지 잠들지 못 했다. 2박3일도 아닌, 1박2일의 수학여행인데 어찌 잠 들 수 있으랴?


모임을 준비했던 형석이가 각종 회와 수육도 많이 준비해서 맛있게 먹었지만, 새벽까지 술을 많이 마셨던 친구들을 위해 준비한 바지락죽이 백미였던 것 같다. 속도 풀어지고, 술도 깨는 효과를 가져와 점심 때 또 술 한 잔 하게 만든..ㅎㅎ


보성 녹차밭을 들러 산책하는 느낌은 그야말로 화창한 날 소풍 간 기분이었다. 왜 진작 안 모였을까? 이렇게 좋은 친구들을 모르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면서, 무조건 자주 보자는 생각만 들었다.


예전에는 수학여행 갈 돈이 없어서 못 간 친구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시간 여유가 없어 못 온 친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좀더 마음의 여유를 가진다면, 더 많은 친구들과 더 좋은 시간을 가지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