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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보내며/단종/품절

"그 집은 당신 집이야"

십년 전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집사람의 제일 친한 친구가 청주에 사는데, 일이 있어 부부동반으로 서울에 오게 되었는데,
우리집에서 하룻밤 묵고 가겠다고 해서, 좋다고 하였다.

그날따라 일찍 퇴근해서 함께 식사하면서 간단히 술 한잔을 하게 되었다.
초면이었지만 부부끼리 함께 한 자리여서 그런지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어떻게 커가고 있고, 시댁이나 친정은 어떻고, 남편 사업은 어떻고 등등
너무 오랫만에 만난 자리여서 그런지 이야기가 끝이 없었다.

어찌어찌 해서 남편의 사업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가 바뀌었는데,
집사람 친구의 남편이 한때 주식에 빠져서 주위 사람의 돈까지 끌어들였다가 IMF때문에 크게 실패하여
가지고 있던 집까지 팔고 빚을 갚으면서 무척 고생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러 야근과 특근과 출장을 자청하여 번 돈으로 조금씩 재기하고 있는데,
최근 임대주택으로 들어가서 한 시름 놓았다고 한다.

지방의 임대주택에 들어간 것을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걸 보면,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요즘에는 주택청약부금을 3개월째 넣고 있다고 하는데,
"그 집은 당신 집이야" 라고 한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주택청약부금을 2년 정도 넣으면, 아파트 청약 1순위가 되는데,
주택청약부금을 다 넣고, 신규 아파트에 청약해서, 당첨이 되면 그 집을 집사람 명의로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엥? 이제 막 임대주택 들어간 사람이?
그리고 이제 막 주택청약부금 십몇만원씩 고작 3번 넣은 사람이?
설사 2년 동안 청약부금을 넣어서 청약 1순위가 되더라도 당첨 확률이 높지 않고
당첨된다고 하더라도 그 돈은 어떻게 마련하려고?

순간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그 자리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부부는 분명 그러한 꿈을 가지고 있었고, 
그 꿈에 한걸음씩 나아가면서 그 꿈을 되새김질하고 있었고
그 부인은 그런 남편의 큰 소리에 이미 행복해지고 있었으니..

지금도 기억나는, 가장 행복한 부부의 모습이었다고나 할까? 

과연 그 사람들처럼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다면 사업도 꼭 성공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