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근이 많은 직업이다 보니, 하루에 몇 번씩 지하철을 탈 때가 있다.
출퇴근 시간과 겹칠 때에는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 음악을 듣는 경우가 많고,
출퇴근 시간이 아닌, 한가한 시간에는 신문등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어제 오전 미팅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시간이었다.
보통 혼잡하지 않은 시간에는 지하철 내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복지몰/폐쇄몰에서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직접 소비자를 상대로 하지 않지만,
혼잡한 지하철에서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물건을 잘 판매하는 사람이 있는지,
그들은 어떻게 고객들을 설득하는지 유심히 보게 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개된 장소와 폐쇄된 장소의 차이는 있더라도
상대방으로부터 배울 점은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
어제 오후 2시쯤, 교대역에서 신림역으로 오는 전철안에서 만난 어떤 판매자의 이야기를 할까 한다.
시중에서 사려면 165,000원 짜리를 여기에서는 단 돈 5,000원에 판매하는 것이라면서
만능 드라이버에 플래시 기능이 있어서 어두운 곳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며,
드라이버를 쓰지 않을 때에는 플래시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간단한 기능설명과 함께 자리를 옮겨가면서 간단히 보여주고 다니는데,
한쪽 끝에서 어떤 분이 (사려고) 손을 든 것 처럼
한쪽 끝으로 가서는 "네...네....감사합니다...자..거스름돈 5,000원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한다.
문제는, 내가 앉아있는 쪽이 노약자석과 가까운 곳이었기에 그 판매자를 유심히 볼 수 있었는데,
실제로 그쪽에서는 어떤 사람도 그 물건을 사기 위해 손을 든 것도 아니었고,
돈을 꺼낸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실제 그 판매자는 다른 칸으로 이동할 수 있는 끝으로 가서
마치 그 곳에 어떤 사람에게 물건을 판매하려는 식의 액션을 보인 것이다.
아마 지하철 판매자들이 제품 설명하면서 자주 쓰는 말인,
"아..잠시만요...곧 그쪽으로 가겠습니다.."는 식의 말을 반복함으로써
마치 그 제품에 대한 다른 고객들이 큰 호응을 보이는 것처럼 분위기를 띄워서
다른 고객들이 덩달아 사도록 유도하는 기법을 쓴다고나 할까?
실제, 그 판매자는 단순히 그런 언어적인 액션 외에도
허리를 굽혀 몇 번씩 절까지 하는데, 실제 상대는 없이, 벽에 인사하는 것이었다.
최소한 노약자석 가까이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이 판매자가 허공에 절하는 것을 보면서, 황당하여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고,
실제 그 판매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난처한 상황이었겠지만
꿋꿋이 마치 판매되는 듯한 액션연기를 기막히게 잘 했던 것이다.
그 다음에는 그 판매자의 행동이 어떻게 변할까 유심히 지켜봤는데,
마침 반대편에서 어떤 사람이 그 판매자를 불러 실제 그 제품을 구입하는 것 같았다.
헐리우드 액션 연기가 반대편에 있던 사람의 마음을 사서 제품 하나를 판매한 것인지,
아니면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액션이었던 것을 모르고 제품을 구입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그 판매자는 한 번의 액션으로 제품 하나를 판매한 것이었다.
옥션이나 지마켓 등 오픈마켓에서도 판매지수를 높이기 위해
몇몇 카페회원들을 동원하여 구매와 반품을 반복함으로써 파워 셀러를 만든다고 하던데,
판매되는 액션을 취했던 것이 결국 판매로 이뤄졌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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