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조직이 유지되려면 적당한 수준의 마진이 남아야 한다.
직접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입장에서는 다 판매되기까지의 시간에 따른 선투자라는 면도 있고,
상황에 따라 다 판매되지 못했을 때의 악성재고가 될 수 있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일반적인 소비자가의 특정 수준 이하로 제작해야만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다.
그에 비하여 유통만 전문적으로 하는 입장에서는 제조사보다는 마진이 적더라도
재고부담이 없거나 거의 없고, 다양한 경로의 판로를 개척할 수 있기에 영업이 가능하다.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는 벤더 입장에서 최소 마진이라고 한다면 10% 정도일 것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유통마진이 더 큰 경우도 있고, 그보다 더 적은 경우가 있지만
최소 그 정도 마진이 있어야 최소한 유지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특정 제품군은 아예 그런 마진구조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몇년 전부터 취급하고 있는 쌀(20Kg)이나 (전에 취급했던) 정관장 매장정품은
몇%의 마진이 남는다는 식으로는 표현할 수 없이, <담배값 정도가 남는> 구조였다.
그렇게 박한 마진에도 불구하고, 진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특별히 품절이 될 이유도 없고, 옵션이 없어서 불편하지도 않고, 교환/반품이 거의 없고
재구매가 많아 어느 정도 안정적인 매출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특정 제품의 주문이 들어오면, 매출이나 마진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고,
담배값이 생겼구나~라는 식으로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10년 전부터 잘 알고 있던 지인한테서 전화를 받았다.
특정 브랜드의 제품군을 싸게 공급할 수 있으면, 평소 거래해오던 곳을 바꿔 나한테로 주문하겠다는 것이다.
주문하면서 선입금할 것이니 자금 걱정하지 말고 제품을 싸게 구하면 된다는 것이다.
나름 바쁜 일이 있었지만, 솔깃한 제안이어서 특정 제품을 수배해서 제안할 수 있었다.
문제는, 굉장히 비싼 소비자가의 제품이었지만, 기존 납품받던 업체와의 비교 견적에서 이기려면
싸게 공급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다보니 이 제품들 역시 <담배값 정도가 남는> 식이다.
주문서와 함께 돈이 입금되고,
그걸 토대로 나한테 제품을 공급해주는 업체에 입금하면서 주문하면, 담배값이 남는 방식이다.
기관영업을 하는 곳이라 가끔 주문이 들어오면 여러 대씩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서
한 번 주문이 들어오면, 며칠 피울 수 있는 담배값이 남는다고나 할까?
적정 마진을 포기하고 진행한다는 면에서 보면 매출만 키우는 구조일 수도 있지만,
주문서 메일을 받아서 전달하는 짧은 시간 일하고 담배값이 계속 생기는 구조일 수도 있다.
예전에 전유성씨가 쓴 책의 제목이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였는데,
담배값만 남기더라도 꾸준하게 주문이 들어오면 이 또한 즐겁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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