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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몰 입점 관련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

지난 주 일요일 오후, 아주 친한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는 내용이다.

거의 10년 동안 같은 건물에서 살았고, 여름휴가 때면 거의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는 사이이다보니 

지방에서 상을 당하셨지만, 안 갈 수는 없었다.

 

월요일에 가려고 하다보면, 여러가지가 복잡하고, 전화를 받자마자 출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같이 잘 아는 지인에게 연락하였더니, 함께 가자고 하셔서 왕복 8시간 걸려 다녀오게 되었다.

오랜 시간 운전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예전에 들은 이야기를 해드릴까 한다.

 

여러 사람을 만나다보면, 지인의 지인이 술자리에 참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어울리다보면 대략 친하지기도 하고, 개인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지인의 지인(다음부터는 그 분)은 한 때 큰 여행사를 운영했다고 한다.

일본 여행사와 제휴하여 일본 관광객들을 국내 호텔, 식당, 여행지등에 소개하는 일을 했는데,

한 때 아주 사업이 잘 되다가 제휴한 일본 여행사가 부도가 나서 같이 부도가 났다고 한다.

 

보통 여행사의 관행이 한달 뒤 결제하는 방식인데, 다음달에 들어오기로 한 돈이 안 들어왔으니

한 달 단체 관광객들의 호텔비, 식비, 각종 비용들을 국내 여행사가 책임져야 하는데,

그것이 힘드니 부도난 것이라 하겠다.

 

모든 사람이 짐작하듯이 한 번 부도가 나면 단기간에 재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

기존 거래처에 적지 않은 피해를 주었을 것이기에, 현금 선입이 아니면 신규 거래가 힘들 것이다.

따라서 당장은 따로 여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인데, 그 분의 아버님이 상을 당하셨다.

 

사업이 잘 될 때야 여러 거래처들에게 부고장을 돌렸겠지만, 부도난 상황에서는 애매해진다.

그래도 그 업계에서는 나름 유명했기에 금방 그 소문은 퍼져서 알만한 사람은 참석했다고 한다.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

 

어느 상가던지, 직접 참석하는 사람도 있고, 참석은 못하고 부조금만 보내는 경우도 있고,

그런 소식을 못 들은 척하고 부조금도 안 보내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비록 상주가 부도가 났더라도 평소에 친했던 거래처이니) 상가에 직접 방문한 사람들끼리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이런저런 술자리를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여행업계에서는 여행사가 갑의 위치를 가진다.

특정 호텔이나 식당으로 예약을 잡느냐, 안 잡느냐에 따라 호텔이나 식당의 매출은 크게 달라질 것이기에

보통 식당이나 기념품점에서는 매출액의 몇 퍼센트를 여행사(가이드)에 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소(부도나기 전) 같으면 당연히 참석했거나 화환이라도 보냈을 특정 식당이 모른 척 한 것인데,

상가집에 참석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 식당이 괘씸해보였다고 한다.

아무리 상주가 부도난 상황이지만, 아버님이 돌아가신 상황인데 모른 척 했다는 것이고,

그런 식당과는 거래하지 말자는 말이 (상가집에 참석한 여행사 사람들끼리) 돌았다는 것이다.

 

단체 여행객을 타겟으로 한 식당은, 최소 몇 백석 규모의 큰 식당인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여행사들이 식당 예약을 하지 않다보니, 식당이 텅텅 비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 식당이 망했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면,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가 될 것이고,

그래도 그 식당은 열심히 노력해서 아주 크게 성공했다고 하면 <해피 엔딩>이 될 것인데....

 

결론은 못 내겠다.

상황에 따라서는 우리 모두가 그 여행사일 수도 있고, 그 식당일 수도 있기에...